“치아 뽑아 부모님께 기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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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10 09:36본문
“치아 뽑아 부모님께 기증하세요.”
임플란트 시술에 필요한 골이식재, 가족의 치아로 만든다.
분당서울대병원·단국대치과대학·서울인치과의원 공동 연구
15살 지선이는 한 달 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랑니를 뽑았다. 아버지의 임플란트 시술시 부족한 뼈를 보충하기 위해 자신의 치아를 이용하면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사랑니를 발치해 아버지에게 기증했다. 지선이의 아버지 이 씨(45세)는 딸의 사랑니를 뼈 이식재로 처리하여 본인의 치조골에 이식하여 임플란트 시술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는 환경을 얻게 되었다. 지선이는 아버지의 치료에 본인이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고, 이 씨 또한 딸이 전 보다 더 가깝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임플란트 시술에 가족의 치아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치과 김영균 교수는 단국대학교병원 치과대학 김경욱 교수, 서울인치과 엄인웅 원장과 함께 가족의 치아를 가공하여 임플란트 시술에 사용하는 골이식재를 만들어 임상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임플란트 시술 실패의 90%가 잇몸뼈 치료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을만큼 잇몸뼈 치료는 임플란트 시술에 결정적이다. 치아를 발치한 후 손상된 잇몸뼈는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이고, 이런 잇몸뼈 치료를 위해 연간 약 200억원 가량의 골이식재(사람기증뼈, 동물뼈, 합성뼈)를 수입에 의존해 왔었다.
이렇게 수입되는 골이식재를 대체하기 위해 자신의 치아를 이용해 골이식재를 만들어 시술하는 방법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영균 교수와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김수관 교수팀이 공동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고, 2008년 말 시술이 시작된지 1년 남짓 만에 국내에서만 10,000여건이 시행되고, 일본·대만·필리핀 등에 기술 수출이 이뤄질 만큼 안전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뽑을 치아가 없는 노인에게는 적용이 어렵고, 발치한 치아로 만든 골이식재가 필요량보다 적을 경우에는 동물뼈 또는 합성뼈로 만든 이식재와 혼합해서 써야 하는 제한점이 있었다.
가족 치아 골이식은 자신의 치아를 이용하여 골이식재를 만드는 것 보다 진일보한 방법으로 기증자와 수혜자의 기증 동의서, 기본적 이화학적 검사 등의 복잡한 절차가 따르지만 발치한 사랑니를 부모의 임플란트 시술용 골이식재로 제공할 수 있고 형제끼리 기증이 가능해 더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
가족의 치아를 골이식재로 이용하면 유전적 결합이 동일하여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전염적 위험이 전혀 없고, 치아에 함유된 유기질인 콜라젠을 보존시키는 방법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이식되는 잇몸뼈와 동일한 골기질을 갖게 되어 기존의 골이식 재료 보다 임플란트의 기능과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젊은 가족 구성원의 치아를 장년층 또는 노년층이 사용함으로써 가족 간의 유대감을 증대 시키는 효과도 있다. 기존의 골이식재는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비용도 오히려 더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감염성 폐기물인 치아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 하는 공익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가족간 치아 골이식 방법
이 씨는 딸 지선이와 함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각각 충치가 있는 치아와 매복된 사랑니를 발치해 생리식염수에 보관했다. 병원에서는 이 치아를 일주일간 분쇄 및 처리 과정을 거쳐 자신의 잇몸과 동일한 골전도와 골유도 능력을 가진 분말과 블록 형태의 이식재로 제작했다. 2주 후에 병원에서는 이 씨의 잇몸에 임플란트를 심고 잇몸 주변의 빈 공간을 이 씨와 지선양의 치아로 제작한 골이식제를 넣고 봉합했다. 2~3개월이 지나면 이식한 골이식재는 잇몸뼈와 합쳐져 진짜 뼈로 변하며 이 씨의 임플란트를 안전하게 고정시키게 된다.
은혜는 치아를 기증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시술 일정에 맞추어 발치를 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처리된 치아뼈이식재는 장기간 실온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치아를 뽑게 되었을 때 미리 뼈이식재로 만들어 두면, 가족 중 시술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치아를 뼈이식재로 처리하고 보관하는 비용은 15만원 내외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치과 김영균 교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치아까지 임플란트 시술에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치아를 이용해서 만드는 골이식재의 사용범위가 더 넓어졌다.”며 “앞으로는 교정을 목적으로 치아를 뽑거나, 유치 또는 사랑니까지 모든 치아를 발치한 후에는 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골이식재로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가치아뼈은행→가족치아뼈은행으로 범위 확대
자신의 치아를 이용해 골이식재를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사용하기 위해 2009년 9월 단국대학교 치과대학에 한국자가치아뼈은행이 처음 설립되었고 현재는 아주대학교, 고대구로병원, 상계백병원 등 6개 치과대학 및 의과대학에 치아은행이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한국자가치아뼈은행 김영욱 운영위원장(단국대 치대 교수)은 “앞으로 자가 치아 뿐만 아니라 가족 치아까지 범위를 넓혀 가족치아은행으로 그 기능을 확대하고 장기적 보관은행의 형태를 갖추어 독거노인의 치아치료 등 공익적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김영균 교수가 자녀의 사랑니로 만든 골이식재를 이식에 적합하게 배합하고 있다. 이를 뼈가 부족한 잇몸에 이식하면, 자신의 뼈와 결합하여 진짜 잇몸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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