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선일보는 이명박, YTN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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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07-06-25 10:47본문
이렇듯 조사기관마다 다른 조사기법에 때문에, 조사 기관별 지지율변화를 비교하고 보도할때는 특별히 신중해야 하는데, 잘못된 해석으로 간혹 독자들로 하여금, 여론조사 결과를 오독(誤讀)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주 데일리안에 여론조사 관련하여 글을 기고한 고려대 평화연구소 김장수 연구교수의 기고문에서 그러한 오독(誤讀)이 발견돼 그것에 대해 잠깐 설명하겠다.
김장수 연구교수는 최근 조인스닷컴의 의뢰를 받아 조사하는 리서치앤리서치(R&R)의 [풍향계] 조사 결과가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다른 기관들에 비해 적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같은 조사기관이 지난주에 거의 동시에 실시한 지방신문사 의뢰 여론 조사에 있어서는 李, 朴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던 점을 지적, R&R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도 궁금한 점이 많지만 당사자도 아니고, 이 글의 주제가 아니라 생략한다.) 그리고 말미에 CBS-리얼미터의 주간 조사도 함께 비판을 했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李, 朴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다른 조사기관에 비해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 기관을 제외한 여론조사 기관들의 평균과의 편차를 그 예로 들었다.
조사기관마다 다른 조사방법 때문에, 단순 비교가 위험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평균치에서 벗어난 조사기관의 데이터가 그릇됐다는 김 교수의 주장을 접하면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심각한 오독(誤讀)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오독(誤讀)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독(誤讀)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김 교수는 두 조사기관, 즉 R&R과 리얼미터의 李, 朴 후보간 격차가 다른 조사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기관들의 후보간 격차는 보여주지는 않았고,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기관들을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하여 보면, 평균치 보다 후보간 격차가 덜 나오는 곳(-)도 있고, 더 나오는 곳(+)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만일 그 격차가 평균치보다 덜 나오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고, 더 나오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데, 김 교수는 타기관보다 격차가 덜 나온(-) 두 기관의 조사가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평균치보다 더 나온(+) 기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리얼미터가 다른 조사 기관들의 격차까지 정리 해보았다. 아래 그림을 보자.
필자는 6월 1일부터 20일까지 중앙일간지 및 공중파 방송(지방지 제외)에 소개된 8개 조사기관의 15개 여론조사 보도를 모두 정리하여, 김장수 연구교수 방식으로 그 편차를 구해봤다. 그 결과 김 교수가 기고문에서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으로 인정한 한국갤럽은 오히려 타 기관보다 훨씬 더 큰 편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필자는 타기관의 평균 격차와 편향성을 보인다 해서 신뢰할 수 없다는 김 교수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지만, 김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조사는 이명박 후보에 매우 편향된 회사고, YTN의 의뢰를 받은 글로벌리서치는 박근혜 후보에게 매우 편향된 회사다. 그나마 편향성이 가장 덜한 회사는 편차가 +0.6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1.4인 리얼미터 정도. 자신의 분석틀에 의해 두 조사기관을 실명으로 폄하했지만, 그 분석틀에 의해 자신이 유수의 연구기관으로 믿는 조사기관들이 훨씬 더 폄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아래표 참조)
필자가 만일 이 데이터를 가지고 리얼미터가 가장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여론조사 기관이라고 주장한다면, 아마도 많은 학자들과 경쟁 조사기관들로부터 커다란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사실 6월에 조사를 수행한 8개 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보면, 모든 회사가 평균치와 일치하지 않고, 조금씩이건 많게이건 격차가 크거나 작기 때문에, 김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회사가 李, 朴 어느 후보에게든지 편향된 회사다. 다시 말해, 한국갤럽과 코리아리서치, 리서치플러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경중의 차이만 있지, 모두 이명박 후보에게 편향된 조사기관이고, 글로벌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한국리서치, 리얼미터는 박근혜 후보에게 편향된 회사인 것이다. 대체 어떠한 근거로 그렇게 주장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김 교수에게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같은 전공자로서 해당부분에 대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해명을 요구했지만, 논쟁을 벌이던 중에 김 교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 교수는 결국 [여론조사 제대로 합시다]라는 기고문을 쓰면서, 조사기관별 비표집 오차에 대한 문제점을 간과한 듯 보인다. 몰랐던지, 아니면 김교수 느낌에 李, 朴 후보간 격차가 조금 적게(리얼미터) 혹은 매우 적게(R&R) 나타난 회사의 조사결과가 믿고 싶지 않았던지, 둘 중의 하나일 듯 한 데, 일반 유권자라면 모를까, 학자라는 사람으로서는 둘 다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리얼미터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은바 있고, 최근에는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불리한 형국이 되면 리얼미터가 상대후보와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의심하고 다양한 악플로 자신의 오독(誤讀)을 주변에 과시한다. 때문에 스포츠 경기에서의 심판이나 캐스터가 참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립적으로 조사를 함에도 무언가 배후가 있지 않을까 항시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오독(誤讀)은 나쁘다. 처음에 잘못 해석하고 전파한 사람의 작은 하나의 실수가, 수많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 잘못된 판단을 유발할 수 있고, 그러한 표 하나하나가 모여 정권도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학자나, 전문가들의 경우, 더욱 오독(誤讀)하지 않도록 조심해줄 것을 당부한다.
p.s.
글을 맺으며 여전히 궁금한 것은, 김장수 연구교수는 李, 朴 두 후보의 격차가 타사평균 보다 높은 회사에 대해서는 왜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전화가 끊기지만 않았어도 꼭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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