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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의 미학' 무농 김도영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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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07-06-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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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의 미학' 무농 김도영 도예가


전통과 현대적 표현양식이 융합된 독특한 분청 세계 표현

왕실도자기축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벌써 10회째 맥을 이어오고 있는 광주와 19회째를 맞이하는 여주, 21회째를 열고 있는 이천 등 이곳 3곳은 매년, 또는 격년으로 도자기축제를 치뤄오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전통의 기법과 왕실 특유의 가치를 브랜드화 하면서 차별화를 이끌고 있는 광주의 도예를 알아보았다.

광주시가 왕실도자기 축제를 살려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게 만들 수 있었던 뒤편에는 분원왕실도자기협동조합 70여 명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그 중에서 1992년 광주 실촌면으로 작업장 터를 잡으면서 왕실도자기에 대한 차별화를 이끌어 낸 김도영 도예가(49)의 숨은 노력이 돋보인 도자기축제였다. 축제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그는 ‘분원도요지 관광상품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가지고 광주뿐만 아니라 미래의 도예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플랜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해학적이고 토속적인 모양 선호


8125.jpg김도영 도예가가 태초부터 흙으로 지음을 받아 다시 짓는 자로서 흙을 빚은 지도 벌써 3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1980년 처음 흙을 만났을 때 해인사 계명요에서 남정 김영태 선생으로부터 작가정신과 도예의 길을 농사에 비유하며 밤을 지새우며 무농(堥農 질그릇 농사)이라는 이름으로 도예의 길을 걷는다. 언제나 분청 같은 삶을 살아 온 그에게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는 한 요장에 몸담고 스승으로부터 사사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학에서 체계적인 이론과 폭넓은 도자세계를 접해 나갔다. 다른 친구들이 오브제에 몰두 할 때 그는 부지런히 물레 위에서 흙을 빚으면서 분청의 맛깔스런 형태와 해학적이고 토속적인 문양에 도취했다. 덕분에 무농은 지금까지 분청만을 고집한다. 분청을 제대로 알기 위해 고향 대구를 떠나 경기도 이천, 광주, 전남 강진, 경북 문경지역을 떠돌며 전통도자의 세계에 깊숙이 빠졌다.


분청 전통 도자에 갈급해 할 때 1989년 경기도 광주에서 만난 사람이 백담 이광 선생이다. 하루도 흙에서 손을 떼지 않는 모습과 끝없는 실험과 장작 가마 곁에서 며칠 동안 불과 씨름하는 진지한 모습에서 말이 아닌 흙을 대하는 몸짓에서 본받고 따라야 할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무농은 스승의 작업을 도와주며 흙을 손에 붙이는 방법, 감정 이입 방법 등을 배워갔고, 이때 분청 작업을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문양과 형태를 접목시켜 나갔다. 얼핏 보면 전통적인 냄새가 풍겨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붓의 농담과 터치로 담백하면서도 소탈한, 때론 강렬한 이미지를 도자기에 넣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도록 만들어 냈다.


무농의 스승 김영태 선생은 “그는 작품을 통해 맛깔스럽고 소담(素淡)한 분청의 세계와 멋스럽고 기백(氣魄)이 넘치는 분청의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오늘날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양식과 현대적인 표현양식이 융합된 독특한 분청의 세계를 표현해 낸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무농의 분청사기작품은 형태에서 큰 변화를 주기보다 문양에서 현대인에 맞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의 문양은 자연의 이미지에서 따온 말, 야생화, 물고기, 나무문양 등을 즐겨 사용하며 단순하고 대담한 생략으로 부각시킨다.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빚어내는 분청이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는 문양은 새롭다. 그래서 그는 붓의 농담과 터치에 의한 담백함과 소탈한 이미지를 살리고자 도자기 문양을 새기기 전에 화선지 위에 먹물을 묻힌 붓으로 예행연습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그의 작품 80~90%는 타래법으로 만들어진다. 타래법은 발 물레 위에서 흙가래를 쌓아 도개와 수레로 두드리며 제작하는 방법으로 주로 옹기를 만들 때 사용한다. 옹기의 투박함과 꾸미지 않은 진솔한 이미지와 더불어 정형화된 형태에서 벗어난 어수룩해 보이는 곡선과 미완의 형태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어 그가 주로 사용한다. 분청의 모양은 여러 기법 중 박지(剝地)를 즐겨 쓴다. 문양이외의 백토를 걷어내 회색 바탕 흙이 드러나면서 문양이 도드라져 입체감 있게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전’을 갓끈 매는 ‘낙관’으로 표현


그는 물레를 잡으면서 잠시 자신이 걸어왔던 많은 날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한 뭉치 흙을 얹혀놓고 작품을 만들어 간다. 길게 올린 흙에 작게 중심을 잡고 엄지손가락 안으로 넣는다. 양손 끝에 작은 힘을 주면서 점차 모양을 세워 나간다. 작은 잔 모양이 생겨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잔의 끝부분을 매끈하게 새우고 나서 ‘전’을 잡아 준다. 전은 도자기의 낙관과도 같은 일이다. 얇게 하면 그릇이 얇게 보이고, 두툼하면 그 느낌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의복을 갖추고 갓을 쓰고 맨 나중에 갓 끈을 매는 것을 ‘낙관’이라 부르듯 자기를 만들 때 맨 마지막 작업인 ‘전’도 같은 이치다.


접시는 잔과 달리 위가 넓어야 한다. 넓게 펴진 흙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점차 펴주면서 끌어 올린다. 다시 옆으로 펴주면 접시 모양이 생겨난다. 마지막 전을 잡고, 끝가새 또는 무명 줄을 이용해 잘라주면 완성이다. 그리고 꽃병은 입 주변을 많이 벌이면 되고, 반대로 술병은 좁게 만들어 준다.

“선은 힘이 있으면서 아름답게 나와야 제 멋을 낼 수 있습니다. 기와, 버선 끝 선을 봐도 우리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도자기 역시 머릿속에 무얼 만들 것인가 충분히 고민하고 손끝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어 낼 때 장인의 정신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양으로 변해 비로소 숨 쉬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은 일주일 정도 응달에서 말린 다음 약간의 다듬는 작업을 거쳐 모양을 완성 시킨다. 받침대의 두께는 두드렸을 때 약간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까지 만들어 준다. 약 0.5mm 정도가 적당하다. 이어 850도의 초벌로 굽고 다시 유약을 바른 후 1200도로 구워낸다. 지금은 가스 불을 사용하는 가마를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무농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작품과 온도의 차이에 따라 오묘한 조화를 만들어 내는 차 사발을 구울 때는 직접 장작 가마에 불을 지핀다. 은은하면서도 약간을 투박한 분청의 기법이 그대로 묻어나는 황홀경을 만끽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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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발에 숨겨진 도자의 비밀


차 사발 중에 최고의 으뜸은 분청 차 사발을 꼽는다. 이웃 일본의 경우 차 사발을 국보 1호로 지정할 만큼 우주를 떠받드는 그릇으로 매우 귀하게 여기고 있다. 차 사발을 조상 대대로부터 지녀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차 사발에 얽힌 사연부터 사용했던 사람의 삶까지 자연스럽게 풀어가곤 한다. 그래서 한국은 다례(茶禮)로 표현하면서 예의 한가지로 보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다도(茶道)라 칭하면서 차 한 잔 마시는 것에 많은 의미를 새기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우리의 차 그릇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해 왔고, 임진왜란 당시 가장 먼저 수탈해 간 종목 1호가 차 사발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근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차 사발에 대한 진품을 판단하기 위한 안목이 연구되고, 제대로 인정받는 차 사발이 갖춰야할 지침까지도 만들어 질 정도다. 이를 근거로 무농 김도영 도예가가 밝히는 제대로 된 차 사발 판별법을 알아보았다. 여기에 설명되는 증표들은 반드시 물레를 통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며, 전통 방식의 옛 가마에서 장작으로 구울 때 온도의 차이에 따라 만들어지는 모양들이다.


① 차 사발에 있어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받침대 모양이 죽절굽(대나무 마디 굽 모양)의 형태로 나와야 한다. ② 밑바닥에 칼 선이 보여야 하며, 두께 역시 평탄하지 않고 약간 틀린 모양을 이뤄야 제대로 만든 작품이다. ③ 차 고임자리가 선명해야 한다. 손으로 만들어 굽다 보면 저절로 속이 꺼지는 모양을 만드는데 이를 차 고임자리라고 한다. 차선으로 저으면 거품이 잘 일어나고, 약간의 차가 고여 있어 백차를 마실 때 여운을 더해 준다. ④ 겉 느낌이 무사의 칼 손잡이처럼 두들 두들한 느낌이 나야 하며, 잔 끝은 타인의 입술을 대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⑤ 제대로 구워진 차 사발은 붉은 반점이 생긴다. 이런 현상은 자기를 구울 때 불이 투과하는 것으로 카올린 성분과 점토가 만나 생겨난다. 공기구멍이 많을수록 살아있는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⑥ 전체적으로 외곽의 곡선이 나타나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힘 있는 선은 곡선과 곡선의 굴곡이 있어야 한다. 이런 모양은 흙과 심성, 그리고 의지가 있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다.


김도영 도예가는 “제대로 된 차 사발을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몸에 밴 체득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도예가의 손끝에서 작품을 만들어 지기 시작한다”며 “차 사발 역시 내가 가장 좋아 하는 모양을 앞으로 해서 상대방에게 접대하는 것이 올바른 예의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무농과 함께하는 도자기 체험


전통 도예기법과 도자기에 대한 체험이 하고 싶다면 무농 김도영 도예가가 운영하는 광주시 실촌면 수양리 소재 무농도예 연구소 또는 이천시 사음동 설봉공원 부근(일명 도예거리)을 찾아 그가 운영하는 토왈도자공방을 찾으면 된다. 무농도예 연구소에서는 미리 연락을 주면 누구나 상관없이 1인 기준 1만 원으로 물레를 이용해 갖가지 그릇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과 함께 자신의 작품을 가마에 구워 나중에 찾아갈 수도 있다. 가족 모두가 참여하면 좋다. 토왈공방에서는 무농의 작품을 비롯한 젊은 도예가들의 순수와 열정, 그리고 예술혼이 묻어있는 많은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실생활에 사용되는 찻잔세트를 비롯해 작식용 도자, 선물용 세트 등을 전시하고 있다.
무농도예연구소(031-797-8803) 토왈도자(031-634-8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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