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보와 안전의 미덕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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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06-12-06 13:06본문
양보와 안전의 미덕을 기대하며...
분당소방서 의무소방 일방 김대용
화재현장에 출동한지도 벌써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분당소방서에 오기 전 13년 동안 분당에서 거주하면서도 한번도 보지 못한 화재를 지난 6개월 동안 수없이 경험했다.
지난 11월 30일 아침 7시 30분쯤, 다급한 화재출동 요청의 목소리와 함께 화재출동 사이렌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이 1층으로 뛰어 내려간다. 수없는 화재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사이렌이 울리면 긴장이 된다.
화재조사차를 타고 화재현장으로 갈 때까지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얼마나 불이 크게 났을까? 혹시나 다친 사람은 없을까?
이 날 화재는 운중동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운중동으로 출동하는 길에서 흰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것이 보였다. 나는 이번 화재가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과 함께 발을 구르고 있을 그 집의 주인의 모습이 머리 속에 스쳐갔다.
일반 가정집 옆 가건물이 전기합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나서 30평 규모의 가건물이 완전히 타버렸다. 다행히 사람들은 모두 대피를 하고 판교119안전센터에서 신속하게 화재현장에 도착하여 초진을 해 이번 화재가 더 커지지 않고 1시간 만에 잔불정리까지 모두 끝낼 수 있었다.
겨울철로 들어서면서 화재출동 횟수도 늘어나고 이런 큰 규모의 화재가 늘어나고 있다. 화재 원인이 전기합선이든지 실화이든지간에 겨울에 화재가 나면 일단 사람들의 눈에 띠기 힘들고 건조한 날씨에 화재 진압하기 까다로워진다.
화재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빠른 신고와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화재를 보면 일단 119로 화재신고를 하고 나서 초기 진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거 시민들이 무리하게 초기 진화를 시도하려다가 오히려 불이 더 크게 난 뒤에 분당소방서로 신고를 하여 진압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화재출동을 하면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다. 분당은 다른 곳에 비해 도로가 참 잘 되어있고 자동차도 많은 편이다. 화재출동 현장으로 가기 위해 진압차량은 가속페달을 밟으며 출동을 하다가 사거리에 들어서면 멈춰야 한다. 사이렌을 아무리 울려대도 야속한 자동차들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참으로 답답해진다. 만약 저렇게 지나가는 차들 속 운전자들이 우리를 필요로 해도 저럴까? 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사실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는 것보다 화재현장까지 가면서 차량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긴장이 된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일단 속도를 줄이고 소방차량이 먼저 지나가게 해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방차량을 먼저 보내도 그렇게 늦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화재현장에 도착하게 되면 일단 소방관들은 정신이 없어진다. 호스전개하고 방수하고 불길이 잡혔다 싶으면 직접 불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말이 가장 싫다. 실제로 화재현장은 위험하다. 아무리 능숙한 소방관일지라도 안전장비 없이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지 위험천만하게 화재 난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그리고 바쁜 상황 속에서 소방관들을 붙잡고 불이 난 걸 물어보는 시민들 역시 이런 모습을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 일일이 대답해 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화재현장을 찍는 것은 좋으나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지역에서만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 소방관이 안심을 하고 화재현장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무소방대원으로 내가 사는 지역의 안전을 내 손으로 지키는 모습이 너무 뿌듯하다.
소방이라는 숭고한 정신으로 꺼져가는 생명 하나라도 더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분당소방서 직원 분들을 볼 때마다 더욱 열심히 근무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 겨울에는 정말 큰 사고 없이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자나 깨나 불조심!’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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