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산다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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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3-13 13:02본문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산다는것은...
←분당소방서 현장지휘과 지방소방사 조봉구 독자 기고문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미국의 한 소방관이 쓴 “소방관의 기도”의 일부분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삽입되면서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소방관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목숨을 거는 직업이지만 소방관의 목숨에 대한 보상은 빈약하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직업을 돈과 연결짓기는 어렵지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소방관의 처우뿐이 아니다. 국민의 인식 또한 소방관의 삶을 힘들게 한다.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소방관이라 하면 “존경받아야 한다.” “멋지다.” 등의 말을 쏟아내며 칭찬하지만, 막상 자신과 밀접한 남자친구, 남편, 사위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한다. 실제로 소방관 중에는 부모님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친구도 있다. 존경하는 사람보다는 위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방관이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미국과 대한민국을 비교해 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에게 소방관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그저 “불이나 끄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화재진압은 소방관이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지만, 소방관은 “불만 끄는 사람”은 아니다. 이와는 다르게 미국에서 소방관은 “안전의 총 책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저 화재에만 국한되어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삶에서 항상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 될 수 있고, 가장 친근한 “영웅”이 될 수 있다.
나는 미국의 소방관이 대한민국의 소방관보다 더 뛰어나고, 실력이 월등하게 좋아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소방관 못지않게 대한민국의 소방관들 또한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고, 또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소방관이 “영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국민의 인식이다. 만약 국민이 소방관을 단순히 불이나 끄는 사람이 아닌 안전을 총책임지고 정말로 존경받아야 할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소방관들도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부심을 갖고 노력할 것이다.
소방관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건 바로 국민의 진심을 담은 한마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이다.
아무리 지치고 피곤하고 힘든 현장활동을 속에서도 국민의 진정어린 그 한마디가 우리 소방관에게는 큰 힘이 된다.
앞으로 우리 소방관을 불만 끄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영웅으로 생각해주고 인식해 준다면, 항상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 있는 전국의 소방관은 더욱 힘을 낼 것이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의 소방관을 진정한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소방관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국민의 작은 인식의 변화로 진정한 “영웅”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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