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면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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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4-30 08:22본문
원인을 알면 예방할 수 있다
←분당소방서 현장지휘과 소방장 김용희 독자 기고문
화재조사업무를 시작한 지 십여 년이 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초보는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동안 수많은 화재현장에서 화재원인을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전기로 인한 화재가 의외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1년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건수는 43,875건인데 그중에서 전기로 인한 화재는 10,663건이 발생했고 이는 전체 화재에서 24%의 비율을 차지한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서는 화재원인을 방화에 의한 화재와 낙뢰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화재, 그리고 실화에 의한 화재로 구분한다.
실화에 의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 기계적 요인, 화학적 요인, 가스누출, 교통사고, 부주의, 기타요인으로 분류하는데 실화의 개념을 크게 보면 발화원과 가연물에 대한 관리상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전기에 의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문명사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는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텔레비전 등등 모든 가전제품에서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자동차도 전기가 없으면 작동이 안 되고 심지어 휴대전화도 배터리를 통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가전제품에서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전기는 그 특성상 도체인 전선을 통해 전하가 이동하는데 그에 따라 열이 발생하고 플러스 선과 마이너스 선이 합쳐지면 순간적으로 이론상 무한대의 온도가 발생하게 되므로 그에 따른 스파크로 주변의 가연물에 불을 붙일 수 있게 된다.
물론 대부분 제품에 퓨즈 등 안전장치와 정격용량에 따른 부품 사용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동이나 발열, 기타 요인으로 절연상태가 불량해지거나 열이 발생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의 화재는 결국 제조나 사용상의 문제로 인한 화재로 실화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고정해 사용하는 제품은 사용자의 관리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드물다. 그러나 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 등 움직임이 많은 제품은 코드 선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전기 코드 선은 구리선을 절연비닐로 감싼 형태인데 구리는 그 특성상 구부렸다 폈다를 몇십 번 반복하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전기제품의 코드 선을 콘센트에 꽂았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수십 가닥의 구리 연선 중 일부가 끊어질 수 있고 끊어진 부위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스파크가 발생하고 점차 나머지 연선도 모두 끊어지게 된다. 그러면 작동이 됐다 안됐다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상태가 방치되면 비닐코드선 내부가 절단 되거나 일부 절단된 구리연선에서 열이나 스파크가 발생, 전선피복에 불붙어 화재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반 단선이라고 표현하는데 전기화재 가운데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분류할 수 있고 사용자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화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안전하다 판단할 수 없다. 코드 선을 뽑을 때는 선이 아닌 플러그를 잡고 뽑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기 제품을 사용할 때 작동이 잘되지 않거나 발열현상이 심하다면 반드시 AS를 받아야 하며, 평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화재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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