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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험으로 본 베트남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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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9-02-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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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험으로 본 베트남 하노이

 경기교육행정포럼 선임연구위원 노선경
  (전 하노이한국국제학교 교육행정실장)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곳 중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를 꼽을 수 있다. 남북으로 갈라졌던 베트남이 1976년 사회주의공화국을 수립하여 10년 후인 1986년에 ‘새롭게 한다.’는 도이머이 정책을 통해 무서운 발전을 하였고,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되겠지만, 베트남은 이미 세계의 주목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나라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치른 역사 속에서 그 위엄을 보인 나라로 현재 1억 명에 육박하는 세계 15위의 인구를 자랑한다.

 

특히 하노이는 많은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치는 젊은 청년의 사회로 높은 학구열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 박항서 감독이 축구를 통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더욱 실어 주었고 이번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는 세계 속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임이 분명하다.

 

베트남은 한국의 월남전 참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의 진출, 한국사회에서의 결혼 이주여성 등 여러모로 한국과 많은 관계가 형성된 나라다. 필자는 2011 ~ 2012년 당시 하노이한국학교가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던 시절부터 지금의 위치인 꺼우저이로 이사 가기까지 하노이한국국제학교에서 근무하며 베트남 사회를 경험하고 느낀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노이는 각양각색의 과일이 때마다 나오고 과일을 파는 장터가 도로 가장자리에 쭈욱 펼쳐지는 것이 장관이다. 하노이는 열대기후라 다양한 과일이 많고 구입하는 사람이 과일을 고르면 바로 그 자리에서 깎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파인애플을 깎는 모습은 볼만하다. 과일 깎는 방법이 한국의 방법과는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칼의 날카로운 부분이 자신을 향하도록 깎는 한국과는 달리 예리한 칼날이 깎는 이의 밖을 향하도록 하는 베트남의 칼 운전법은 신기하기까지 해 필자가 파인애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깎는 모습을 보고자 몇 번을 연거푸 사먹은 적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저렇게 깎을 수가 있을까?’ 학교의 베트남 직원에게 물어보니 베트남 칼 잡는 방법이 한국의 칼 잡는 법도다 더 안전하다는 대답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또 한 번은 필자가 어설픈 발음으로 ‘이 수박 얼마에요?’ 물었더니 과일 주인이 ‘10만동이요.’라고 대답한다. 좀 비싼듯해 머뭇거리고 있을 때 현지인이 5만동에 사가는 걸 보고는 바가지 씌운다는 걸 알았고, 그 주인이 무안하지 않도록 “7만동에 주세요.” 라고 흥정을 시도했는데....... 필자의 착각이었다.

 

그 주인은 끝까지 10만동을 고집한다. 허름한 차림의 주인은 외국인인 필자와 가격을 흥정할 생각 자체가 없는 거였다. 그때 필자는 과일 파는 주인을 통해 베트남의 대단한 자존심을 느낄 수 있었고, 한번 주장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국민성을 가진 강한 자존심의 나라라고 평한 이유를 이해했다.

 

 필자는 흥정을 포기하고 가던 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과일 장사들 중 한 곳에 멈춰서 “노란 수박을 가리키며, 이거 5만동에 주실 수 있나요?”라고 요청했고 그 주인은 아무 말 없이 5만동에 그 노란 수박을 건네주었다. 외국인이었던 필자가 흥정을 거부한 주인이 제시한 10만동보다 현지인이 구입했던 가격인 5만동에 구입해서 그랬는지 한국에는 생소한 노란 수박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그 수박이 참 달았던 걸로 기억된다.

 

베트남은 분재가 볼만하다. 분재는 아니지만 베트남에서는 금귤나무가 유명하다. 금귤나무는 먹기보다는 관상용으로 한국의 명절과 같은 음력 설에 복을 준다하여 거리마다 전시되고 판매될 때면 장관을 이룬다. 필자도 녹색의 푸른 잎사귀에 주황색의 금귤이 주렁주렁 달린 걸 보는 매력에 한그루 사서 오토바이 뒤에 싣고 집에 놓고는 뿌듯하게 본 기억이 난다.

 

베트남전쟁(1964~75년) 당시 ‘미 제국주의를 박살내자.’는 월맹(북베트남)의 구호가 있었지만, 베트남의 금귤나무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너른 땅의 오렌지 나무의 분재처럼 보여 왠지 두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느껴진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기업에게 호의적인 편이다. 외국기업들이 잘 정착하도록 하고 지켜보고 있다가 기업이 수익을 내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베트남 자국의 이익을 점검하는 똑똑한 나라다. 베트남의 스마트함은 그들의 아파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베트남 현지인이 사는 아파트의 층 높이는 우리의 1.5배 이상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도 그렇게 높은 것은 날씨가 더워 공기의 순환을 위한 것이라 한다. 현지인 아파트 세면대 물 구멍형식도 간편한 방식으로 베트남의 스마트함이 느껴지는 똑똑한 세면대였다. 모든 나라가 그러하겠지만 베트남은 법을 어기는 탈세를 용납하지 않는다. 필자가 근무했던 하노이한국국제학교에도 근무 중인 교직원들의 소득세 문제가 걸려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학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노이를 말할 때 교통의 흐름을 빼놓을 수 없다. 거리의 교통이 무질서한 것처럼 보여 엄청 위험할 것 같지만 그 안에 들어가 그 룰을 따르면 자연스런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흐름을 따르지 않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큰 사고를 당하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사람, 사람만큼 많은 일본이 만든 오토바이, 한국이 만든 택시, 다양한 자가용, 오래된 한국의 버스 등 이 룰을 따를 때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베트남은 하노이를 미·북정상회담의 장소제공이라는 단순한 역할만을 하는 나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베트남은 우리의 남북관계형성에서 미국과 중국만큼 북한과 남한 모두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나라라는 사실이다. 베트남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다지는 데 도움을 준 나라이고,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베트남의 많은 젊은이들까지 북한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후한 대접을 해주는 호의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앞으로의 역할도 기대된다.

 

 베트남이 개선해야 할 측면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투명사회와 빈부격차 해소이다. 2011년 당시 만난 하노이 영어교사는 본인 월급이 200달러 정도인데 생활하는데 모자란 600달러 정도를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벌어야 한다며 상당한 비판의식을 표현했다.

 

또 높은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며 급속한 성장을 하는 베트남이지만 필자의 인생 50년에서 가장 안쓰러운 모습을 한 노동자의 모습을 본 것이 베트남이다. 사회주의를 택한 베트남 사회에서 보이는 이러한 빈부격차는 베트남이 개선해야 할 가장 큰 화두일 것이다.

 

필자가 베트남 하노이한국국제학교에서 계약기간인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으로 복귀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한국학교의 건물 준공과 기존학교 이사가 순탄하지만은 않아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것을 업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2년 당시 400여명 정도의 학생이 2019년 지금은 1,900명을 육박하는 것을 보면 한국학교를 더 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외국인국제학교 선호라는 한국의 특성 속에서도 한국학교의 이러한 발전은 베트남 현지 재외동포, 우리의 교육부와 학교장님들의 노력이 컸지만, 필자의 그때 수고도 약간은 도움이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고맙게 느껴진다.

 

 필자와 같이 학교 이사를 위해 노력해준 한국인 사장님과 베트남 사람들, 하, 떰, 짱과 엠어이, 지금도 학교 운전을 해주고 계신 선 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후배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주지 못해 미안함이 있는 커리어우먼 김경미님을 응원하며, 부족한 한국어 선생인 필자를 챙겨준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감사하며 필자의 경험으로 본 베트남 하노이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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