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730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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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12-15 07:28본문
<독자투고>730일, 잊지 않겠습니다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劉 大 知
나는 성남시장으로부터 9월 2일자로 지방임기제 공무원 근무기간 2년이 만료되어 채용계약해지 통지공문을 담당주무관으로부터전달받았다. 그 공문을 받고나니 담배에 대한 어릴 때 추억과 지난 2년동안 금연지도 단속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일들이 밀물처럼 내가슴에 다가온다.
나는 담배를 애초부터 피우지 못한다. 어릴때 아픈 기억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손(祖孫)가정으로서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했는데 할머니께서는 긴 담뱃대에 항상 풍년초를 즐겨피우셨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담배가 손에서 놓는 시간이 별로 없을 정도로 심하셨다.
외아들을 나라에 바치고 평생을 한숨속에서 살다 가신 할머니의 그 심정을 나는 먼 훗날에야 알게됐다. 할머니의 한 많은 인생은 그렇게 담배연기부터 시작되었다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시절 할머니께서 혼자 툇마루에서 그토록 즐기시던 그 담배, 목재재떨이, 할머니의 그늘진 모습이 지금도 자주 생각난다.
나는 할머니께서 장에 가시고 집에 안계실 때 간혹 할머니를 위해서 그 대나무 담뱃대 속을 지푸라기로 청소를 해드리곤했다. 그러면 그 속에서 정말 시커면 담배진이 고약한 냄새를 품기면서 어린 나의 손을 더렵히곤했다.
그해 여름철 한가한 오후 어느날, 집안에 아무도 없는 그시간에 나는 할머니께서 무슨 맛으로 저렇게 담배를 즐겨 피우실까하는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어린 나는 할머니의 그대나무 담뱃대에 풍년초를 담고 성냥으로 불을 지펴서 힘껏 빨아 들였다.
담배연기를 들여마신 그순간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린 채, 툇마루에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한동안 혼미하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린 나에게 이렇게 담배에 대한 아픈 기억이 육십 년이 된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후 나는 절대 할머니의 담뱃대는 말할것도 없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담배와는 담을 쌓고 살아가고 있다. 어릴때의 그 쓰라린 추억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금연지도,계도 공무원으로서 이재명시장님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들던 그날, 지금은 작고하신 그옛날 할머니의 담배사건이 새롭게 떠올랐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성남시 중원구보건소 금연구역에는 음식점, PC방, 학원, 건물 등 기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한 금연시설들이 많다. 나와 파트너는 이 금연구역을 담당하면서 지도점검 업무를 비가오나 눈보라가 몰아치나 열심히 수행했다. 단속업무를 하면서 우리가 겪었던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하겠다.
20대 초반 어느여성이“아저씨,한번만 봐주세요!” 애걸하는 그녀의 눈망울, “아저씨! 담배 안피웠어요!!” 30대 남성의 항변, “참네! 왜 우리집만 단속하는거에요?
그 건너편에 사장은 손님들에게 담배 피워도 갠찬다고해서 지금 매상이 엉망인데 참네”모 PC방업주의 이유있는 강변, “ 여기요!! ㅇㅇㅇ 인데요, 당신들 뭐하는거요!! 그곳에 가면 담배 너무 피우던데 왜 단속 안하는거에요!!” “밤 11시,새벽 3시에 가봐요, 담배가 너무 심해요, 업주가 흡연 방치하고 있다고요!” 그 외에도 많은 유형의 민원이 접수된다.
이런 민원들이 접수되면 우리는 계획을 세워서 현장을 점검한 후에 그 결과를 민원인에게 소상하게 알려주면서 이해를 구하기도한다.
“참네! 당신들 머하라 돌아다니노? 담배값은 지덜 멋대로 올려놓고,그라고 댕기면서 단속한다고? 이게 머하는 짓이냐고!! 어이구~시발!!” 대낮부터 식당에서 얼굴이 벌겋게 소주를 마시고 눈을 부라리고 우리와 마주친 어느 50대후반 아저씨의 분풀이 아우성.
우리를 맥빠지게하는 이런 말을 들을 때, 떠날때는 말없이 가사가 최상의 묘책(?)임을 우리는 스스로 터득해야만 했다.
이렇게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하루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흡연지도단속업무를 수행하면서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이 년을 뒤돌아보니 최일선에서 주민건강증진 수호천사로서의 작은 책무를 잘 이루어 냈다고 속으로 자평해본다. 흡연은 건강에 백해무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간접 피해를 전파하는 해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공장소나 시설에서 금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단지 금연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담당공무원들의 끊임없는 지도,계도가 주민들의 생활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면 흡연자들의 의식구조가 서서히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올해부터는 30평이하 음식점도 금역구역이 되는 등 관내 모든 음식점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에 따라 종전보다 훨씬 많은 민원발생과 더불어 업무도 더 많았다.그래서 운동화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금연구역을 더 점검하기 위하여 달렸다.
지난 730일동안 금연구역 시설을 점검하면서 파트너와 함께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주민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분들에게는 건강을 위한 금연메시지를, 그리고 주변 주민들에게 간접피해를 차단하는 행정조치임을 이해하시고, 보건소 금연클릭닉 교육에 동참하여 건강한 삶을 찾아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소장님과 직원여러분, 특히 네온사인 불빛속에서 야간단속을 하면서 동고동락했던 파트너에게도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동지가 가까워오는 겨울의 문턱에 와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보건소 창밖으로 비치는 가로수를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730일, 내생에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병신년 내년에도 여러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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