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장기복무 제대군인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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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6-06-29 10:47 댓글 0본문
<기고>중∙장기복무 제대군인에게 희망을
무림하우징 관리소장 박이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10월, 3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던 때가 생각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다 ‘계급별 연령정년제도’로 인해 50대의 한창 나이에 조기 전역을 하게 되었다. 당시 자식들은 모두 대학생이었으나, 23번의 이사 끝에 모은 재산은 거의 없었다.
중역의 자리에서 안정된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 친구들과 달리 어디에 정착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암담하던 시절, 나만 망망대해에 남겨진 그런 기분이었다. 취업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 속에서 군 복무를 선택한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아는 지인을 통해 조그마한 아파트의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을 소개받아 일을 시작한지 어느 듯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아파트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군에서 배운 행정과 관리경험을 바탕으로 헬스장 및 분리수거장 설치, 조경 개선, 투명한 관리비 부과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 것은 물론, 타 단지에서도 군 출신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여 30여명의 동기가 이 분야에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제대군인 후배들을 위해 경기남부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한편, ‘건사모’라는 모임을 만들어 시설관리 분야 취업을 지원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처럼 중∙장기복무 제대 군인들은 어떤 직무를 받든 그동안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자신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 복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처음 취업의 문을 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중∙장기복무 제대 군인은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체 인사담당자에게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 믿고 맡겨 보시라고,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 확신한다고. 중∙장기복무 제대군인들에게도 선배로서, 눈높이를 낮추고 군과 개인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전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국가에서도 정년이 짧은 중∙장기복무 제대 군인들의 취업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지원이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