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동물농장과 대장동 부역자들
돼지 스퀼러, 오늘의 조직에도 살아있는 ‘권력의 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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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11-21 11:09본문

(발행인 칼럼) 동물농장과 대장동 부역자들
돼지 스퀼러, 오늘의 조직에도 살아있는 ‘권력의 확성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속 돼지 스퀼러는 단순한 우화 속 캐릭터가 아니다. 시대와 조직을 가리지 않고 숨어드는, ‘권력의 확성기형’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다.
스퀼러는 나폴레온의 거짓말을 능숙하게 포장한다. 어제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하던 발표를, 오늘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태연하게 뒤집는다. 논리가 변해서가 아니다. 권력이 원하는 설명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사실보다 권력의 기분이 우선이고, 진실보다 자신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엉뚱한 희생양을 만든다. 겉으로는 충성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안전지대를 확보하기 바쁘다. 시민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여론을 교묘히 흔들고, ‘사실’이라는 착시를 만들어 조직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조정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스퀼러가 조직 내부에서는 마치 ‘윤활유’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윗선은 “일 잘한다”고 착각하고, 동료들은 불편함이 없으면 일부러 외면한다. 그 결과, 말없이 일만 하던 성실한 구성원, 즉 복서 같은 이들이 가장 먼저 상처를 입는다.
대장동 사태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대장동 주민들의 목소리는 묻혔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던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어느 순간 ‘하등 동물’ 취급을 받았다. 기회주의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순간, 조직의 진실은 가장 먼저 사라진다. 그래서 스퀼러는 단순한 우화 속 돼지가 아니다.
지난 20일, 성남시의회 국민의힘협의회는 정자역 광장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시의원들과 당원,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모여 철저한 수사와 대장동 주민 재산권 회복을 호소했다.
특히 안광림 부의장은 SNS를 통해 ‘대장동 부역자 색출’을 연일 요구하고 있고, 정용한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지난 5년간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시장의 유착 의혹은 성남시민 모두에게 치욕과 분노를 남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지금까지 시의원으로 남아 있는 인물은 단 두 명, 이덕수·정용한 의원뿐이다.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 시절의 진실에 대해선 말없이 침묵하고 있다.
작금의 시국을 바라보며 필자는 80년 전 조지오웰이 ‘동물농장’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던진 메시지가 떠오른다. “권력의 언어와 기회주의적 전략이 결합하는 순간, 돼지가 인간 흉내를 내듯 정치의 조력자들은 진실을 뒤덮고, 연단 위 언어로 시민을 현혹한다.”
(발행인 김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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