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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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02-17 15:49본문
<사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
심리학에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 개념을 쉽게 정의하면 ‘잘 모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무지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그걸 알아차릴 능력이 없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가장 큰 특징은 흑백논리에 빠져 일단 자기편을 확신하면 자기편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역할을 자처한다고 한다.
지난 2월 6일 성남시의회 제250회 임시회 제4차 도시건설위원회에서 황당한 사건이 불거졌다. 이날 이기인 시의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 A본부장에게 자신의 SNS에서 특정 정당 소속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게시물에 계속적·반복적으로 '좋아요'를 누른 것을 지적하며 정치적 중립을 요구했다.
그런데 A본부장은 이기인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 '나는 공무원이 아니다,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 민주당 당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태도에 대해 도시건설위원회에 참석한 공무원과 CC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성남시민들은 너무나 황당해 기겁했다.
지역정가에서는 A 본부장이 민주당 중앙당 줄 타고 내려온 진성 당원인줄 뻔히 알고 있다. 그런 관계로 이기인의원이 더욱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 상근임원이 준공무원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성남시민들 앞에서 본인 스스로가 민주당 당원으로 낙하산인사라고 고백한 한 셈이 됐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민주당 당원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이면 급여를 민주당에서 받는다는 것인지, 아니면 집권당 당원이니 야당의원들은 입을 다물라는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성남시장이 민주당이니 내 맘대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A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의 진성당원으로서 본인의 정치적 행위가 정당하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A 본부장은 이런 행위로 인해 이기인 시의원에게 지난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분당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했다.
이기인 시의원은 고발장에서 "A 본부장은 지방공사 상근 임직원으로 공직선거법 제60조 1항 5, 제53조 1항 6에 의하면 지방공사에서 근무하는 상근 임직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분류된다"면서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의 신분으로 정당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게시물들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해당 후보의 글이나 사진이 그들의 지인들에게 노출되고 이는 곧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고발사유를 밝혔다.
A본부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분당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당한만큼 그 시시비비는 사법당국에서 가리겠지만 필자가 한마디는 거들고 싶다. 심리학에서 나오는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개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말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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