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끝없는 소모성 정쟁과 알렉산더 대왕의 ‘단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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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11-26 11:04 댓글 0본문

(발행인 칼럼) 끝없는 소모성 정쟁과 알렉산더 대왕의 ‘단칼’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위원회가 또다시 멈춰 섰다. 청소년·청년 정책, 시정연구원의 내년도 연구 계획, 장학회의 장학사업까지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기능들이 일제히 중단 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여당은 이번 사태를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보이콧 탓’으로 축소하며, 서은경 위원장이 제기한 ‘행정교육위원장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을 들어 자신들의 조치가 정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여당은 행정교육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행정감사 의결이 무산되자, 한밤중에 이영경 시의원을 행정교육위로 기습 사보임 하려다 야당의 반발로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하며, 본회의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돼버렸다.
이 장면을 지켜본 교육·시민단체는 “학폭 가해 학생의 학부모를 교육감독위원회에 넣겠다는 발상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며 권력형 보호”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상황은 그야말로 얽히고설킨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 파행은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서은경 위원장 불신임을 밀어붙인 순간 이미 예고된 ‘정치적 파국’이었다.
국민의힘은 서 위원장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나친 주장이다. 상임위원장 불신임은 의회 운영에서 가장 극단적이며 정치적 충돌을 불러오는 조치이다. 대화와 협의라는 기본 원칙을 포기하고 ‘힘의 정치’를 선택한 순간, 상임위 기능이 마비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스스로 불을 붙여 놓고, 이제 와서 “왜 연기가 나냐”고 되묻는 꼴이다.
의장 공백 사태를 방치하고 직무대행 체제의 장기화를 초래한 것도 국민의힘이었다. 보궐선거는 외면한 채, 불신임만 서둘러 올렸다. 견제와 균형은 무너졌고, 의회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재의 보이콧은 이러한 무리수의 연장선이며, 오늘의 혼란은 다수당이 뿌려놓은 씨앗이 자라난 결과물이다.
물론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불참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쟁의 불씨를 당긴 최초의 방아쇠는 국민의힘의 무리한 다수당 폭주였다. 이 무책임한 선택이 오늘의 파행을 불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성남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시정연구원, 장학회, 청년·청소년재단은 특정 정당의 부속기관이 아니다. 성남의 미래와 교육을 떠받치는 공공기관이다. 출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사업은 전면 중단된다. 장학금은 끊기고, 청년 정책엔 공백이 생기며, 성남시정 연구도 멈춘다. 여당이 이런 결과를 예상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불신임이라는 정치적 무기를 휘둘렀다면 무모함이다.
9대 성남시의회 회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더 이상 ‘누구 탓’ 공방을 이어갈 여유도 없다. 얽히고설킨 정치적 매듭을 하나하나 풀다가는 시민 피해만 더 커질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르디우스 매듭을 단칼에 끊어낸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이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성남시의회는 지금 결단해야 한다.
정쟁을 끊고 시민의 삶을 지키는 길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끝없는 내홍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릴 것인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시민은 기억하고, 기록은 남는 것 이다.
(발행인 김종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