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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영호(경기도한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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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7-02 10: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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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영호(경기도한의사협회장)

환자 불편 초래하는 국토부 입법예고안, 재고해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 경상환자 8주이상 치료시 보험사가 치료연장 여부 결정

환자의 권리 보장보다 보험사 권리 ‘우선’... 치료 연속성 보장돼야



최근 국토교통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신임 장·차관이 임명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이 의료계와 시민단체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개정안은 환자 중심의 정책이라기보다는 민간 보험사의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경상 교통사고 환자가 8주 넘어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연장을 위해 환자가 직접 상해 발생일로부터 7주 이내에 치료 경과와 관련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며, 보험사가 이를 검토해 진료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치료 지속 여부를 치료를 받는 환자나 치료를 하는 주치의가 아닌, ‘지급 주체’인 보험사가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비합리적인 구조가 숨어 있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의료자문기관 등 외부의 전문적인 심사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러한 체계는 진료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의료현장의 신뢰도 역시 높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공정한 심사 체계를 무시하고, 환자의 치료 지속 여부를 보험사 내부의 판단에 맡기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험사가 심사자이자 지급자라는 이중적 역할을 하게 되며, 이로 인해 비용 절감 및 보험사의 수익 개선을 이유로 치료 연장이 부당하게 거절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환자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가 중단된다면, 환자는 여전히 통증과 증상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민간 보험사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치료비를 결과적으로 공공 재정이 떠안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뜻이며, 건보재정의 불필요한 소모를 유발하고 결국 국민 전체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입법예고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조차 없는 과도기 상황에서 의료계, 환자단체, 시민사회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이번 개정안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보험사의 숙원 과제를 정권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밀실에서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물론 불법 편법 진료를 하는 극소수의 의료기관과 나이롱 환자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이들이 자동차보험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없듯이 일부 극소수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다수가 불편함을 겪어야만 하는 행정조치는 결코 환영할 수 없다. 정부 정책의 최우선 기준은 언제나 국민의 건강과 권익이어야 한다. 단순히 보험사의 이득과 편의만을 위한 입법보다는, 교통사고 환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독립적인 진료 심사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치료의 연속성과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지금이라도 이번 개정안의 추진을 유보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막고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책의 중심은 기업이나 예산 절감이 아니라 국민이며, 의료에 있어서 건강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원칙에 입각해 이번 입법예고안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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