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학폭 사태와 방하착(放下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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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10-31 18:34 댓글 0본문
(발행인 칼럼) 학폭 사태와 방하착(放下着)
올해는 단풍 시즌이 늦어져 요즘 전국 명산에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이다. 필자도 한때는 가을이 되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 속에서 인간미 넘치는 감성에 젖어 사색에 잠기곤 했다. 가는세월이 아쉬워 온몸을 불태우는 단풍이 형용할 수 없는 감성을 내뱉는 것을 보면 스스로 내면의 창을 닫을 수가 없었다.
시인 도종환은 단풍을 이렇게 노래했다
단풍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성남시청 앞 인도 위에 단풍보다 더 화사한 50여개 되는 근조화환이 줄이어 진풍경을 낳고 있다. 자녀 학폭 관련 시의원을 제명 촉구하는 '근조화환 시위'가 성남시의회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근조화환에는 '이영경 시의원은 즉각 사퇴하라', '시의회는 즉각 제명 착수하라', '시의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학폭 부모 영구 제명' 등의 문구 등이 적혀있다.
이와 함께 성남시의회 민주당 시의원들도 근조화환 앞에서 의원직 제명 촉구하는 릴레이식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이덕수 의장이 학폭 관련 5분 발언을 불허했다며 이영경 의원과 함께 의장 불신임안도 제출한 상태이다.
사태가 요지경인데도 이영경 시의원은 스스로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힘당 집행부가 성남시의회 원내 다수당 의석수 유지 관계로 사퇴를 만류한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인간 세상사 모든 일이 때가 있는 법이다. 세상천지 어느 부모가 자식이 학폭을 당했는데 사과 말 몇 마디로 참고 지나가겠는가.
이번 사태는 이영경 의원이 학폭 사태를 안이하게 생각해 사태를 키운 면이 다소 있다. 한마디로 사과해야 할 때를 실기한 것이다. 더욱이 그 와중에 중국 불산시로 국외 연수를 갔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학폭사태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져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전 국민의 공분을 사서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근조화환 앞에서 정치 선동시위를 이어간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이 단풍을 노래하면서 불교에서 나오는 방하착(放下着)을 말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으란 뜻이다. 애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그래야 주위 환경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영경 의원은 하루속히 의원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자녀 교육에 정성을 다하길 권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의원 본인은 물론 아직 철없는 자녀들 마음까지 매일매일 지옥이지 않겠는가
(발행인) 김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