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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시즌 ‘엄마~ 머리 아파요’ 무조건 꾀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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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09-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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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시즌 ‘엄마~ 머리 아파요’ 무조건 꾀병일까?

 

분당에 거주하는 김남희(36세, 주부)씨는 최근 딸아이와 병원을 찾았다가 담당의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개학하고 난 뒤 부쩍 ‘머리 아프다’, ‘메스껍고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딸아이의 증상이 전형적인 ‘소아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 김씨는 평소 별 다른 증상이 없던 아이에게 ‘꾀병 부리지 말라’고 다그쳤던 것이 미안해졌다.

 

개학 후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무작정 꾀병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두통을 호소하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1시간도 채 안돼 평소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이 이를 ‘꾀병’으로 여기기 쉽지만, 통증의 짧은 지속 시간이 바로 소아 편두통의 특징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헌민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소아청소년기의 편두통은 성인의 편두통과 증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한다”며 “학동기의 편두통을 방치할 경우, 집중력이 낮아져 학업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일상생활에도 심한 제약을 초래하며 증상이 악화될 경우에는 만성두통에 시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아이의 편두통은 양쪽에서 나타나, 복통과 어지럼증 동반하기도
소아청소년기의 편두통은 성인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성인은 한쪽 머리만 아픈 반면, 소아는 양쪽 머리가 모두 아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편두통은 머리의 한쪽에서 나타나는 두통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소아 편두통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또 다양한 증상을 한꺼번에 호소하기도 한다. 토할 것 같은 느낌(오심)과 함께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드물게는 두통이 아예 없이 어지럼증(현훈)만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눈 앞이 뿌옇게 보이거나 겹쳐 보이기도 하며, 아지랑이 혹은 섬광 같은 시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두통이 지속되는 시간도 성인에 비해 짧다. 편두통이 한 번 발생하면 길게는 4~72시간 가량 지속되는 성인과 달리, 소아는 1시간 정도로 증상이 짧게 나타날 수도 있다. 게다가 통증이 짧게 생겼다가 없어지는 양상이 반복돼 꾀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 편두통 아동 60.8%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 학업 성취도 떨어져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황희, 김헌민 교수팀이 2005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두통으로 내원한 학동기 아동(6세~18세) 475명을 조사한 결과, 심한 두통이 발생한 시점부터 진단까지 평균 1년 4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7년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진단이 늦다보니, 그 동안의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편두통 진단을 받은 아동의 60.8%는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이 있었다’고 호소하며 지장이 없었다고 답한 경우는 6.2%에 불과했다. 

 

황희 교수는 “소아 편두통의 25%는 1달에 1번꼴로 나타나고, 대부분은 1달에 1~4일동안 통증을 겪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며, 학교 결석이나 조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 학업 성취도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며 “따라서 아이가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진료를 통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예방적 약물 처방으로 삶의 질 향상, 80% 개선 효과 있어
편두통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임상적인 문진과 진찰에 의해 이루어진다. 머리 한쪽만 아프다고 해서 무작정 편두통이라고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편두통은 일종의 만성질환으로 보기 때문에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두통의 강도가 심하다면 뇌척수액 검사를 비롯해 추가 영상 촬영(CT, MRI) 등의 검사를 고려하기도 한다.

 

편두통으로 진단되면 생활 습관의 개선과 급성 두통의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수면 부족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과 끼니를 거르지 않는 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두통 악화 음식이나 과다한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두통 급성기 치료에서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런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최대한 빨리 가장 효과적인 약을 적정 용량 복용하는 것으로 양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증상이 한 달에 보름 이상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심한 두통으로 학업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심한 경우, 매일 소량의 약물을 자기 전 복용하는 예방적 약물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 중 50~80%는 증상 개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편두통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최근 황희, 김헌민 교수팀은 예방적 약물의 치료효과를 비교한 논문을 발표했다. 각기 다른 예방적 약물 요법을 처방 받은 475명의 소아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고전적 예방약제인 ‘플루나리진’과 최근 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토피라메이트’ 저용량 요법의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약제 모두 80% 이상의 환자에서 두통이 없어지거나 50%이상 감소하는 증상 개선 효과가 있었으며 환자를 학동전기, 학동기, 청소년기로 세분화해도 같은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목적은 최근 약제인 토피라메이트 저용량 요법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최근 약제가 고전적 예방약제에 비해 치료성적이 떨어지지 않으며 부작용도 높지 않아, 많은 양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두통은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   

 

황희, 김헌민 교수팀은 “기존의 혈관 수축 기전에 작용하는 고전적 예방약제 이외에도,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새로운 약제들의 효용성에 대한 보고들이 있었지만, 이 새로운 약제가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실제 유용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예방적 약물 처방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좀 더 효과적인 편두통 치료가 가능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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