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중한 생명!! 너무나 쓸쓸한 죽음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 10-08-23 09:59 댓글 0본문
[기고] 소중한 생명!! 너무나 쓸쓸한 죽음들
←분당소방서 서현119안전센터 오혜석 구급대원
나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긴박한 현장속에서 근무하는 119구급대원이다.
얼마 전 수년 동안 사망한 상태로 방치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보도가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국제적인 뉴스를 통해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점차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한다.
생로병사라 하여 인간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단계에 이르는 이 과정을 보면서 싯다르타는 인생을 깊이 생각하다가 부처가 되었다고 하는데, 민생의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119 구급대원인 내게 비친 이러한 과정은 남다르다.
아무런 축복을 받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낳아지고 버려지는 가련한 생명에서 몇 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 쓸쓸히 세상과 이별하는 그러한 영혼에 이르기 까지 좋은 일 보다는 궂은 일, 험한 일을 일상으로 겪으면서 우리 소방대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인생을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되고 이런 저런 사색과 고뇌의 시간이 일반 사람들 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께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우리 조상들의 임종 모습이나 TV 사극에 등장하는 그러한 장면을 보게 되면, 숙연한 의식의 한 부분으로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는 인생의 마지막 의례로서의 중요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의 과거에는 모든 가족이 한 곳에 정착하면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당사자 가족은 물론이고 지역 공동체의 일로 생각하고 상부상조하면서 일을 치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파트와 고층건물로 대변되는 현대의 주거 환경에서는 외견상 보기에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아파트 한 동의 주민 수를 잠시 계산해 보아도 1가구 4명을 기준으로 한 층에 4가구의 25층의 규모라면 대략 계산을 하여도 400명 정도가 된다. 그러한 아파트가 몇 개 동을 이루고 단지를 이루어 좀 더 계산을 한다면 작은 규모의 아파트의 단지라도 그 인구는 지방 소도시의 읍이나 면 단위를 이룰 정도의 인구가 되는 것을 보면 현대인들은 아주 많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많고 많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생활에서는 오히려 쓸쓸한 주검이 더욱 많아지고 그러한 현상을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방관자의 입장인 경우가 너무도 많다.
임종을 앞두고 자손들이 모여 마지막 이별을 함께 하고 작별의 인사를 하는 그러한 임종의 모습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인가?
119 구급대원으로서 간혹 접하게 되는 이러한 쓸쓸한 죽음을 목도하는 심정은 참담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든지 마땅히 부모님의 임종에 참여하여 마지막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할 텐데 자손들이 함께 하여야 할 그 자리를 우리 119 대원이 대신하여야 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119 구급대원은 슬프다.
아무도 울어주지 않는 무관심 속에서 너무도 쓸쓸히 사라져 가는 영혼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마지막 떠나는 인생의 순간을 아무 연고도 없는 119 구급대원이 지켜봐야 하는 그러한 현실이 슬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