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 시행 중지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 08-10-23 13:36본문
실효성 없는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 시행 중지해야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 지난 7월 정부에서는 ‘초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단체장.부단체장 전용차량(의회 포함), 업무용 승용차량,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의 자가 승용차에 대해 승용차 홀짝제를 실시했다. 10월 22일로 시행 100일을 맞이한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를 과연 계속 시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기관 근무자의 2/3가 승용차 홀짝제 폐지 원해
경기개발연구원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지난 9월 말에 중앙부처, 지자체, 기타 공공기관 근무자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 7월 당시에는 승용차 홀짝제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 71%가 공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가가 100달러 내외로 하락했던 9월 말 상황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2%로 나타났으며, ‘유가에 따라 그때그때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14.3%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2/3 이상이 유가하락시 제도시행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지역별 응답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대중교통이 편리한 대도시 지역은 승용차 홀짝제 시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도 단위 지역에서는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유가가 하락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8%로 나타났으며, ‘유가에 따라 그때그때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5%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3/4이 제도시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승용차 홀짝제를 ‘유가 상승과 관계없이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자와 ‘유가가 좀 더 안정세를 보일 때까지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도 승용차 홀짝제를 계속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기관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48.7%로 가장 많았으며,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가 29.6%로 나타나 응답자의 4/5가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의 승용차 홀짝제 시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서는 기관장이 기관의 위치, 대중교통 편리성 등을 고려하여 재량적으로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 수 있었다.
승용차 홀짝제는 극단적 처방, 이제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승용차 홀짝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한 바가 있다. 이번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경기개최일 전후로 7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승용차 홀짝제를 실시하여 대기오염 감소 등 많은 효과를 보았다. 이와 같이 승용차 홀짝제는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교통혼잡과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극단적인 처방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초고유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하여 공공기관 근무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승용차 홀짝제를 유가가 최고점 대비 반값으로 떨어진 현재에도 시행하는 것은 정책의 합리성과 실효성 차원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승용차 이용률이 다른 선진 대도시에 비하여 높은 수준이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녹색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철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이 계속 마련되었어야 하는데,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외에는 대중교통 개선대책이 추진된 것이 없다. 얼마 안 되는 공공기관 근무자들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승용차 홀짝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의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에서는 고효율, 저에너지 체계를 갖추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투입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10월부터 시작된 유가환급금 재원 3조 4,900억 원이면 전국 대도시권에서 예산이 없어서 지연되고 있는 전철사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근무하는 공공기관 근무자의 불편은 간과된 채, 아무도 지키지 않는 정책으로 전락하기 전에 승용차 홀짝제 시행은 즉시 중지해야 한다. 정책을 수립할 당시에는 당위성이 있었으나 변화된 여건에서 개선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추후 유가가 급등하게 되면 다시 시행하면 된다. 유가에 따라 신축적으로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할 때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호응도도 높아질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경기개발연구원 조응래 부원장은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 시행 중지를 국무총리실 및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라고 밝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