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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재와의 전쟁” 첨단IT 속에 고달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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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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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재와의 전쟁” 첨단IT 속에 고달픈 사람들

5689.jpg← 분당소방서 김남수 예방과장

전기도 없고 전화도 없던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아버지, 어머니, 철수, 순이, 바둑이를 읽고 쓰기를 반복하여 배우면서 간첩신고는 113, 화재신고는 119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뇌까리던 시절이 생각난다.

113, 119가 무슨 뜻인지 몰랐던 이유는 당시의 시골 마을에 전화라는 것이 없었으니 그 번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고 전화를 본 적이 없으니 전화를 거는 방법은 더군다나 알 수 없었으며, 전화가 있다고 하여도 수동전화기라 신호를 보내면 교환원이 연결해 주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사실도 중학생 정도가 되어서야 알 게 되었다.

그렇게 시골구석에서 아무런 의미도 모르면서 간첩신고는 113, 화재신고는 119를 뇌까리던 소년이 소방공무원이 되어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을 누벼야 하는 위치에 서서 잠시잠깐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당시에 전화를 비롯한 통신수단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화재상황을 접수받는 수단이라고는 화재현장을 발견한 사람이 직접 소방서 까지 뛰어가서 신고를 하는 방법 밖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고전적인 화재의 인지수단이 ‘망루’라는 것이 있었는데 수 십 미터 탑에 올라가서 주변을 관측하면서 화재가 발견되면 현장으로 출동시키는 당시로서는 최선의 화재발생 인지 수단이었다.

이런 망루관측의 근본적인 한계는 화재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불꽃이나 연기 발생 한 것을 근무자가 원거리에서 식별, 출동지령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화재 상황이라면 화재의 초기진화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그저 잔불정리 정도의 의미 밖에는 없었다는 것이 퇴직한 선배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산업화를 통하여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 대한민국은 각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특히 IT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위치에 도달하였다.

이처럼 IT 강국다운 사회기반 시설이 조성되어 우리는 분명 그 혜택을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누리고 있다. 화재신고에 있어서도 이젠 화재로 의심되는 작은 연기를 발견하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즉시 소방서에 신고할 수 있다. 화재신고를 위해서 전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볼 필요도 없고 공중전화를 찾을 필요도 없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신고할 수 ! 있으며, 현장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즉시 보낼 수도 있으며 게다가 동영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분명 IT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은 우리의 삶의 모습을 여러 방면으로 편리하게 변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심과 협력심은 예전 내가 어렸을 때보다 못한 것만 같다.

전화도 없고 전기도 없던 시절에 화재가 발생하면 지역 주민들은 나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와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나섰으나 요즘은 소방서에 신고 전화 한번 하고는 방관자의 입장으로 돌아서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화재나 각종 사고현장을 목격하였다면 우선적으로 소방서나 관계기관에 신고를 하여야 하겠으나 신고 후에는 사건의 진행사항을 수시로 알려 주어야 하고, 소방대가 도착 할 때까지 현장을 정리하고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유도하여야 한다, 이런 일들은 화재피해를 당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현상을 화재로 단정하고 무작정 119에 신고하는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진행상황을 계속하여 알려주는 성숙한 시민의식 또한 보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IT강국으로서 의사전달 체계의 발달로 화재신고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나, 소방차가 현장으로 가야 하는 출동로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금의 틈도 주어지지 않고 빽빽하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 사이를 비집고 천신만고 끝에 현장에 도달하고도 무질서한 주정차와 장애물로 애를 태워야 하는 사람은 피해 당사자와 소방대원일 것이다.

우리민족은 두터운 정으로 어우러져 정에 웃고 정에 우는 그런 고운 심성을 지닌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다만 너무도 바쁜 세상에 살면서 그런 고운심성이 점점 약해지고 사라져 가는 건 아닌지, 잠시 잊을 수는 있어도 송두리째 버리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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